世 子 이은(以殷)(1495~1545)
일재공 사실(逸齋公事實)     
 

공의 이름은 이은(以殷)이며 자 字는 인보(仁輔)요 호(號)는 일재(逸齋)고 본관은 나주다.

고려 충렬왕 때 첨의중찬(문하시중 僉議中贊)과 벽상삼한삼중대광(壁上三韓三重大匡) 을 지내신 문정공

가신(文靖公 可臣)의 9대손이며 기재공 훈(棄齋公 薰)의 증손이고 입향조(入鄕祖)인 일암공 지아

(逸巖公 之雅)는 할아버지며 묵와공 익종(窩公 益宗)의 셋째 아들로 1495년 5월 8일에 함평군 월야면

양정리 음지촌에서 태어났다.

 

공은 성품(性品)이 아정(雅正)하고 효우(孝友)가 극진하였으며 재학(才學)을 겸비하고 문장(文章)이 탁이

(卓異) 하였다. 무예(武藝)도 출중하여 향시무과(鄕試武科)에 합격하니 세상사람들이 우러러 보았다.

약관(弱冠)의 나이로 벼슬에 뜻을 두고 나귀 타고 서울로 떠나는 공의 훤출한 풍채(風采)는 가히 장차

재상(宰相)이되어 어지러운 천하를 바로 잡고자 하는 큰 포부를 갖고 있음을 엿볼 수 있으니 그 시대의

명리배(名利輩)들은 미칠 바가 못된다. 대과(大科)준비에 몰두하고 있던 중 놀랍게도 창신교위행

충좌위사정(彰信校尉行 忠佐衛 司正)에 임명되니 음직(蔭職)을 받은 은혜가 어찌 그 본래의 포부였으리오

군은(君恩)에 숙배(肅拜)하고 임지(任地)에 근무하면서 밤이면 여창(旅窓)에 들어가 등불을 켜놓고 잠못

이룰 때면 문정공(文靖公)의 사향운(思鄕韻)을 추억(追憶)하여 본떠 귀래사(歸來辭) 짓기를 몇 번이었다.

어느날 갑자기 마음이 변하여 회오(悔悟)하고 행장(行裝)을 수습하여 귀향(歸鄕)하니 이는 참으로

급류용퇴(急流勇退)며 신선(神仙)되어 가기 멀지 않은 날이었다. 이로부터 정암 조광조선생(靜庵 趙光

祖先生)과 예설(禮說)을 강론(講論)하고 고금(古今)을 상각(商)함이 한결같이 의심이나 의문이 얼음

녹듯이 풀어지니 선생께서 찬(贊) 하기를 내가 닦은 도(道)가 남래(南來)하였는데 그대 보기를 어찌

늦게 하였는고 하시며 곧 도의(道義)의 교유(交遊)를 허락하였다.

 

1519년 기묘(己卯)에 정암 선생이 화(禍)를 입었다는 소식을 듣고 방황실색(彷徨失色)하며 음식을 물리치고

병病이 되어 자리에 누운 지 몇 달이 되었다. 밤이면 통음(痛飮)하고 취침(就寢)함에 정신(精神)이 매괘(梅

卦)를 보고 달려가 천산(天山)을 만나니 이때 얻은 것이 둔(遁)이다. 둔(遁)은 일(逸)과도 뜻이 통용(通用)되

며, 은둔(隱遁)한다는 뜻으로 때가 이(利)롭지 않을때에는 군자(君子)는 미련없이 은둔하는 것이 최상의 길

이므로 자호(自號)를 일재(逸齋)라 하고 다시 낭음(浪吟)하기를 『濁兮滄浪可我濯足之日, 淸斯潁水續誰洗耳

之, 水石尤樂兮琴酒以自娛(탁혜창랑가아탁족지일, 청사영수속수세이지탁, 수석우락혜금주이자오)』(탁한

창랑에 가히 내가 발을 씻는날이구나. 맑은 이영수에 누가 귀를 씻었던 자취를 이을런고, 수석이 더욱

즐거움이여 거문고와 술로서 스스로를 즐거워 하리라.)라 하고 이에 수칸의 정사(精舍)를 석화산(石花山)

숲속에 지어 서식(棲息)의 장소로 삼고 날마다 후손들에게 효경(孝經)과 논어(論語)와 맹자(孟子)의 학문을

가르치며 심공心工을 삼아 명교(名敎) 곧 인륜(人倫)의 가르침을 행하면 쾌락(快樂)이 스스로 온다는 뜻을

알게 하였다.

머리속에 재주를 품고 크게 쓰일 수 있는 세상을 만나지 못함을 한탄하고 지나간 어진 이를 이어 앞

날을 열어 추(鄒)나라 노(魯)나라의 풍속을 본 받기를 원하였으니 참으로 종노(終老)의 과제(課題)를

헤아렸다고 할 것이며 이것이 공의 실적(實蹟)이다.

 

1535년 2월 9일에 서거 하였으며 통정대부 승정원 좌승지(通政大夫 承政院 左承旨)에 증직(贈職)되었

고, 묘지는 함평군 월야면 양정리 음지촌 남쪽 석화산石花山 북쪽 기슭 오좌午坐에 있고 묘비가 서있다.

배위(配位)는 숙부인 남원장씨(淑夫人 南原張氏)며 우상 장현징(右相 張鉉徵)의 따님이고 묘는 용월리

외세촌 북쪽 산기슭 경좌(庚坐)에 있었으나 2006년 4월에 이장하여 공과 함께 쌍분하였다.

공의 사실은 함평군지와 동국 문헌록과 조선호보에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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